저는 공공기관에서 이제 거의 8년째 행정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데, 제가 처음 일을 시작하고 나서도 벌써 두 번이나 공문서 관련 규정의 변화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그냥 눈에 익어서', 혹은 '익숙해서' 예전의 규정대로 문서를 작성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뜻이 통한다면 의사소통에는 영향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공문서는 일종의 '약속'입니다. 형식은 형식일 뿐이라고 치부할 수 있지만, 그 형식이 각자 다르고, 틀린다면, 문서의 신뢰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여러분이 공공기관과 거래하는 중소기업의 대표라거나, 정부 사업의 영향을 받는 시민이라고 상상해 봅시다. 각급 기관에서 보내 오는 문서마다 양식이 죄다 천차만별이라면 어떨까요? 이렇게 '의사소통의 양식'이라 할 수 있는 공문서의 형식이 이랬다, 저랬다 한다면, 신뢰를 확보하기엔 너무나 곤란한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공문서를 작성하는 공무원, 혹은 공공기관 직원이라면, 가장 최근의 규정에 알맞게 문서를 작성하는 것이 올바른 공직자의 자세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행정업무운영편람에선 어떻게 규정하고 있는가
과거 「정부공문서규정」, 「사무관리규정」 등으로 운영되던 공문서작성 및 사무관리 관련 규칙들은 전자결재재도의 도입, 그리고 사무자동화 및 정책실명제 등을 거쳐 지난 2011년, 「행정효율과 협업촉진에 관한 규정」으로 일원화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행정효율과 협업촉진에 관한 규정에서는 정부에서 참고가 되는 「행정업무운영편람」을 발간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2018년, 2020년 개정된 편람이 발간되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아주 기본적인 문서 작성의 두 가지 원칙부터 생각해보겠습니다.
1. 문서는 전자적으로 처리되어야 한다.
문서의 기안, 검토, 협조, 결재, 등록, 시행, 분류, 편철, 이관, 접수, 배부, 공람... 등 문서로 할 수 있는 모든 처리절차는 반드시 전자문서시스템을 통해 전자적으로 처리되어야 합니다. 우편 등 아날로그적인 오프라인 방식으로 받을 수 밖에 없는 상대방일 경우를 제외하고는, 기관 간, 부처 간 문서의 처리는 반드시 전자결재 / 전자문서시스템을 통해 처리하십시오.
2. 문서는 이해하기 쉽게 작성해야 한다.
문서는 반드시 <국어기본법> 제3조 제3호에 따른 어문규범에 맞게 한글로 작성하고,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용어를 사용해야 합니다. 누군가는 공문서의 위엄을 갖춘다고 어려운 한자어나 전문용어를 사용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특별히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이러한 것은 지양하고, 초등학생도 알아들을 수 있을 만큼 쉬운 단어로 간결한 문서를 작성해야 합니다. 또한, 기관 내부적으로 사용하는 일본식 한자어, 권위적 행정용어에 대해서도 국민 친화적인 쉬운 우리말을 사용하여 작성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편람에는 여러 맞춤법 참고사항이 나와 있지만, 업무 경험 상 가장 자주 발견한 실수들은 아래와 같습니다.
가. [로써]와 [로서]
- ~로써는 수단이나 도구를 나타내는 조사입니다. 예를 들어 "처분에 이의가 있는 경우 국민신문고를 통한 민원 제기로써 이의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와 같이 사용할 수 있습니다.
- ~로서는 지위나 신분, 또는 자격을 나타내는 조사입니다. 즉 "감사반원은 조사담당자로서 기관 예금 계좌의 입출금 기록을 조회할 수 있습니다" 와 같이 사용 가능합니다.
나. 연월일의 표기
- 예정일자: 2023. 01. 07(토) (X) → 2023. 1. 7.(토) (O)
많이들 아시다시피, 공문서에서 날짜는 연, 월, 일의 뒤에 각각 마침표를 표기함으로서 표시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일자'뒤 마침표를 찍지 않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드시 일자 뒤에도 마침표를 표기할 수 있도록 신경써서 문서를 작성합시다.
다. 숫자의 표기 (대민공문)
- 29,343천원 (X) → 2,934만 3천 원 (O)
내부 문서는 업무처리가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작성해도 무방하나, 대국민 안내사항이나 공고를 하는 문서라면 숫자는 만 단위로 기재하도록 합니다. 일반인이 이해하기 쉽도록 일상적으로 통용되는 형태로 씁니다.
문서의 작성 기준
공문서 작성 시 가장 자주 활용되면서도 가장 많이 헷갈리는 부분들인
날짜, 시간, 금액, 항목구분 등의 사항들을 위주로 하여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잡다한 표시 방법 일체
가. 일시의 표기 (「행정 효율과 협업 촉진에 관한 규정」 제7조제5항)
1) 연, 월 , 일의 글자는 생략하고, 그 자리에 마침표를 찍어 표기하고, 한 칸을 띄워 씁니다.
※ 2023년 1월 4일 (X) → 2023. 1. 4. (O)
2) 월, 일 표기 시 숫자 '0'은 표기하지 않습니다.
※ 2023.01.04 (X) → 2023. 1. 4. (O)
3) 시, 분은 24시각제에 따라 숫자로 표기하되, 시와 분의 글자는 생략하고 그 사이에 쌍점을 찍어 구분합니다.
※ 오후 10시 23분 (X) → 22:23 (O) / 오후 10시 23분 (X) → 22:23 (O)
나. 금액의 표기 (「행정 효율과 협업 촉진에 관한 규정 시행규칙」 제2조제2항)
1) '금000,000원'과 같은 형식의* 아라비아 숫자로 쓰되, 숫자 다음 괄호를 하고 한글로 씁니다.
※ 금삼십일만오천오백원(금315,500원) (X) → 금315,500원(금삼십일만오천오백원) (O)
2) 금액 앞뒤로, 한글 단위별로 띄어쓰기를 하지 않습니다.*
※ 금 315,500원(금 삼십일만 오천오백 원) (X) → 금315,500원(금삼십일만오천오백원) (O)
* 규칙에 명시되어 있지는 않으나, 규칙 내 예시 및 어문규범해설 등에서 주어진 형식입니다. 위조 방지 목적입니다.
3) 통상 언어 생활에서 생략하는 맨 앞의 '1(일)' 또한 반드시 살려 적어 줍니다.
※ 금115,500원(금십일만오천오백원) (X) → 금115,500원(금일십일만오천오백원) (O)
* 규칙에 명시되어 있지는 않으나, 규칙 내 예시 및 어문규범해설 등에서 주어진 형식입니다. 위조 방지 목적입니다.
4) "일금~", "~원정" 등의 표현은 지양합니다. 위조 방지 목적이 달성되는 한 최대한 간소화해 표기합니다.
※ 일금315,500원정(일금삼십일만오천오백원정) (X) → 금315,500원(금삼십일만오천오백원) (O)
2. 본문 작성 구분
가. 항목의 표시 (「행정 효율과 협업 촉진에 관한 규정 시행규칙」 제2조제1항)
1) 문서의 내용을 둘 이상의 항목으로 구분할 필요가 있으면, 다음 순서대로 표시합니다.
- 첫째 항목: 1., 2., 3., 4., ...
- 둘째 항목: 가., 나., 다., 라., ...
- 셋째 항목: 1), 2), 3), 4), ...
- 넷째 항목: 가), 나), 다), 라), ...
- 다섯째 항목: (1), (2), (3), (4), ...
- 여섯째 항목: (가), (나), (다), (라), ...
- 일곱째 항목: ①, ②, ③, ④, ...
- 여덟째 항목: ㉮, ㉯, ㉰, ㉱, ...
쉽게 생각해서, 첫번째로 숫자→한글→숫자→한글의 순서대로 매기고, 두번째로는 오른쪽, 양쪽, 그리고 원문자로 괄호를 씌운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2) 다른 기호가 필요한 경우에는 □, ○, -, · 등과 같은 특수한 기호로 표시할 수 있습니다.
※ 다만 전자적으로 입력하기 어렵거나, 전자화 과정에서 오류가 많이 발생하는 특수기호들은 사용하지 않습니다.
3) 가독성을 위하여 본문 내 항목 사이 위, 아래 여백은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습니다.
※ 한 줄 띄우기도 가능하고, 줄 간격 조정도 가능합니다.
나. 표시 위치 및 띄어쓰기 [본 항목은 PC 화면을 기준으로 최적화되어 작성했습니다.]
1) 첫째 항목기호는 왼쪽 기본선에서 시작합니다.
1. 이 문서는 항목의 표시위치를 설명합니다.
가. 첫째 항목기호는 왼쪽 기본선에서 시작합니다.
2) 둘째 항목부터는 바로 위 항목 위치에서 한 글자(2타) 띄우고 시작합니다.
1. 둘째 항목부터는 바로 위 항목 위치에서 한 글자, 즉 2타를 띄우고 시작합니다.
vv가. 스페이스바 두 번이 2타에 해당합니다.
vvvv1) 한글로는 1자, 영문과 숫자로는 2자입니다.
3) 항목이 두 줄 이상일 경우엔 항목 내용의 첫 글자에 맞추어 정렬이 원칙이지만, 왼쪽 기본선에 정렬해도 무방합니다.
※ 그러나 한 문서 안에서는 전부 동일한 형식으로 정렬해야 합니다.
1. 공문서를 작성하다 보면 한 항목이 길어져 두 줄 이상이 되는 경우가 자주 생깁니다. 이러한 경우,
항목 내용의 첫 글자에 맞추어 정렬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2. 지금 이 예시와 같이 두 줄 이상의 항목을 그 내용의 첫 글자에 맞추어 정렬한 경우, 다른 항목들도
일괄적으로 항목 내용의 첫 글자에 맞추어 정렬해야 합니다.
4) 항목기호와 그 항목의 내용 사이에는 1타를 띄웁니다.
1.v항목기호와 그 항목의 내용 사이에는 1타를 띄웁니다.
가.v여기서 1타는 스페이스바 한 번을 의미합니다.
5) 항목이 하나만 있는 경우는 항목기호를 부여하지 않습니다.
항목이 하나만 있는 경우는 왼쪽 기본선부터 시작하며, 항목기호는 부여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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