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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GMO 식품에 대한 과장된 우려

https://www.youtube.com/watch?v=7TmcXYp8xu4

 

아직까지도 GMO (유전자 변형 생물) 에 대해 요즈음에도 근거없는 과장된 두려움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물론 모든 GMO가 안전하다거나, 어떤 규제도 조사도 없이 무조건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무조건적으로 아무 근거 없는 반대는 하지 말자는 것이다. 반대할 때 반대하더라도, 그 근거로써 단순히 감정적인 불편함보다는 최소한의 합리적인 이유를 들어야 하지 않을까?

 


비타민 결핍을 해결할 "황금쌀"


GMO 농작물을 통해 가난한 개도국 국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한 경우도 많이 있다.

만성적인 식량 부족에 시달리는 아프리카, 그리고 쌀 위주 식생활로 인해, 쌀에 없는 베타카로틴이 결핍될 수밖에 없는 남아시아 등지의 사람들은 식생활에서 비롯한 각종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WHO에 따르면 세계 122개국 약 2억여 명의 어린이들이 비타민 A 결핍증에 시달리고 있으며, 이런 만성 결핍으로 인해 매년 50만여 명의 아이들실명에 이르고 있다. 이러한 비타민 A 결핍은 초기 야맹증, 안구 건조증부터 시작하여 결국은 실명과 면역 체계 장애 및 발달장애를 유발하며, 궁극적으로는 절반 이상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물론 한국과 같은 선진국 반열에 든 국가의 시민이라면, '센트룸', '임팩타민' 같은 종합비타민제를 아이허브에서 인터넷 해외직구로 사다 먹으면 해결되겠지만, 그런 게 가능할 정도의 경제력이 있었다면 애초에 비타민 결핍이 생기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이러한 식량 문제의 해결법을 고민하던 연구자들이 눈을 돌리게 된 것이 바로 GMO 쌀(벼)이다. 연구자들은 2000년대 초, 쌀의 식용 가능한 부분에서 비타민 A의 전조 물질인 베타카로틴을 생합성할 수 있도록 유전공학을 이용해 개량한 "황금쌀"을 개발하였다. 옥수수에 존재하는 베타카로틴 관련 유전자를 쌀에 옮겼기 때문에 쌀이 옥수수와 같은 노란색을 띈다 하여 "황금쌀"(Golden Rice)이라고 명명된 것이다.


GMO 쌀은 왜 성공적으로 정착하지 못했나


미국 등지에서는 이미 2000년대 초반 성공적인 실험이 진행되어 재배 기술이 확보되었다. 그러나 정작 미국에서는 쌀이 주식도 아니고, 먹을 게 없어 비타민 A 결핍에 시달릴 사람도 없었기에 굳이 필요가 없었다. 그래서 이 황금쌀이 꼭 필요한 남아시아나 아프리카 국가들에서 현지 품종과 교잡 실험 및 재배 연구가 필요했는데, 그린피스를 비롯한 환경단체의 반발과 해당국 정부의 망설임이 이를 방해한 것이다.

미국, 캐나다, 호주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학계 전문가들의 주도 하에 황금쌀의 안전성이 확인되었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 이들 국가들에선 굳이 비타민 A 강화 쌀이 필요가 없었기에 재배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반대로  황금쌀이 정작 필요한 국가들에는 이를 추진할 과학, 생물 분야 전문가가 부재하여 제대로 된 도입 사업은 커녕 연구조차도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또한 사회 불안과 환경 단체 등의 반발도 한 요인이다. 그렇지 않아도 불안한 사회 정세 하에서, 괜히 반대 목소리가 큰 GMO 정책을 추진하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크다.

그린피스를 위시한 환경단체들은 황금쌀을 비롯한 GMO 농작물에 대해 거의 무조건적인 반대 운동을 펼치고 있다. 황금쌀 개발 초기 그린피스는 '실질적으로 베타카로틴 함량이 너무 낮아, GMO 도입의 의미가 없다'며 반대를 펼쳤다. 이후 2004년 하루 2끼의 식사로 비타민 A 필요량을 채울 수 있는 황금쌀 개량형이 개발되자 이번에는 '베타카로틴 함량이 너무 높다'는 이유로 반대에 나섰다.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의하면, 이들 환경단체에서는 '각자 텃밭을 꾸려 망고와 같은 과일이나 채소 등 베타카로틴이 풍부한 다른 음식들을 재배해 먹으면 된다' 고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왜 아직까지 그 빈민들이 경작할 땅을 사서 과채류를 재배해 먹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은 들지만, 각자 알아서 생각해 볼 일이다.

몇몇은 이를 세계적 대기업의 식량 무기화라고 공격하지만, 황금쌀의 경우엔 이야기가 틀리다. 개발자들로부터 후속 연구를 넘겨받은 신젠타는 이미 2004년 "모든 상업적 이익을 포기하고, 모든 권리를 인도주의적 위원회에 넘긴다"고 선언하였다. 그 뒤로 모든 관련 연구는 빌게이츠 재단 등의 비영리 재단에서 후원을 받고 있다.

 

따라서 농민들이 자체적으로 수확한 씨를 심으면 불법인 여타 GMO 작물들과 달리, 황금쌀은 그냥 처음에만 종자를 받아온 뒤, 일반 벼농사처럼 그걸 계속 활용해 농사를 지으면 된다. 대기업의 횡포와는 거리가 먼 것이다.

 


GMO 작물에 대한 인식 개선 필요

 

미국의 경우 이미 콩의 94%, 옥수수의 83%가 GMO 작물이다.(USDA) 거의 30년이 다 되어 가는 세월 동안 미국인들이 GMO 식품을 먹어 왔지만, 아직까지 질병 등과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보고된 바는 없다.

 

또한 인도에서는 병충해에 강한 유전자를 활용한 GMO 목화를 재배하면서, 살충제 소비량을 절반 가까이 절감할 수 있었다. 목화의 수확량은 37% 증가했으며, 농민들의 수익은 90% 가량 증가하였다. 독한 살충제를 살포할 일이 줄어들면서 농민들의 건강까지 개선된 것은 덤이다.

일부 GMO 반대론자들은 '몬산토(GMO 목화 종자 판매기업)가 종자를 독점하면서 농민들에게 비싼 가격에 강매하는 바람에 농민들의 빈곤률과 자살률이 높아졌다' 고 주장하는데, 이는 틀린 말이다.


인도 농민 자살 건수, 위 건 중 절반 이상이 인도 면화 경작지가 몰려 있는 '코튼 벨트'에서 발생했다. 인도 국가범죄기록국(NCRB)에서 발간한 인도의 농민 자살 건수 통계(1995~2015)를 보면 GMO 목화 종자가 들어오기 시작한 2002년보다 훨씬 이전부터 이미 상승세인 것을 볼 수 있다.

 

왜 인도 농민 자살률이 1995년부터 높아지기 시작했을까? 이것은 인도가 WTO에 가입하면서 목화 재배 농민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하지 못하게 되고, 면화시장이 개방되어 가격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198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국제 면화 가격은 약 1/30토막이 났고, 시장이 개방되면서 인도 면화 농민들은 그 영향을 정통으로 얻어맞은 것이다.


​또한, 인도 면화 농민의 자살률 증가는, 목화에 대한 살충제에 내성을 가진 해충들이 나타나면서 재배과정에 들어가는 비료 및 농약 비용을 감당하지 못한 탓도 있다. 이에 더해, 2020년대 현재까지도 문제가 되고 있는 기후 변화로 인한 수해 및 가뭄 문제도 존재한다. 즉 정리하자면 GMO 목화의 도입과 인도 농민 자살률은 연관이 없는 것이다.

위 그래프를 잘 보면 오히려 GMO 목화가 도입된 2002년 이후 농민 자살률이 하락세를 보이는 것을 볼 수 있다. 병충해에 강하게 개량된 품종의 목화로 인해, 농약 및 살충제 비용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었고, 수확량과 수익률도 개선되었기 때문이다. 즉 GMO는 농민들의 자살률을 높인 주범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경감시켰다고 볼 수 있다.

인도 농민 가구 가계부채 목적별 비율(2002년 & 2012년)


위 그림은 인도 국가표본조사기구(NSSO)가 발표한 농민가구 가계부채 목적별 비율이다. 안쪽 원은 2002년, 바깥쪽 원은 2012년의 통계를 나타낸다. 통계치를 보면 '농장 경영'을 목적으로 한 대출 비율은 2002년 58%에서 2012년 29%로 무려 29%p 줄어들었다. 반면 '농장경영 외'(7%→11%), '의료'(3%→6%), '교육'(1%→3%) 등을 위한 대출 비중은 증가하여, 농민들이 GMO 도입 이후, 농장에 매인 노예가 아닌, 교육과 의료혜택에도 신경을 쓸 정도로 삶이 안정화되고 여유를 찾을 수 있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에서 2018년 수행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GMO가 정확히 무엇인지 모르면서 GMO가 포함된 식품을 소비하는 데 경계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인 10명 중 7명이 GMO가 무엇인지 잘 모른다고 답했으며, GMO에 반감이 없다고 답한 사람은 30%가량에 그쳤다. 물론 설문이 이뤄진 2018년보다도 한참 전부터 이미 미국 전반에서 GMO 작물은 광범위하게 소비되고 있었다.

이러한 인식의 문제 해결을 위해, 조작(Modified)이라는 부정적인 어감을 가진 GMO라는 명칭 개선이 필요하다. 미국에서는 2022년부터 Bioengineered(BE) / derived from bioengineering, '생명공학식품' 혹은 '생명공학적 제조 과정을 거친' 이라는 명칭을 붙이고 있으며, 노벨상 수상자들이 그린피스에 보낸 서한에서 사용한 '정밀농업제품'(Precision Agriculture)이란 명칭도 적합할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GMO 작물에 대응해야 하는가?


우리는 GMO 기술의 장점을 최대한 이용하고, 혹시 아직 증명되지 않은 단점이 있다면 그것을 최소화하거나 제거하는 데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는 작물 생산자와 소비자, 그리고 지구의 나머지 우리 모두를 위해서다. 병충해에 저항을 가진 GMO 작물은 제초제와 살충제 등 농약의 살포량을 유의미하게 줄여, 농가 주변의 환경 오염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다. 또한 농약을 살포하는 농부들의 건강 문제, 그리고 소비자들의 농약 중독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그리고 단위면적당 생산량을 늘린 GMO 작물들은 경작지를 적게 소모하여 훨씬 더 환경 친화적인 농업을 가능하게 만들어 주며, 경작을 위한 농기계 운행 등에 필요한 연료 소모를 줄여 탄소 배출 저감의 효과도 누릴 수 있다. 더해서, GMO는 실험실 내에서 통제된 환경하에서 일정 요인들을 수정하는데, 전통적인 재배법에서 작물 종자들을 각종 농약과 약품으로 떡칠하며 키우는 것보다 훨씬 안전할 수 있다.

우리가 늘상 먹어 온 카놀라유도 유채에서 추출한 GMO 식품이다. 본디 유채 씨앗의 기름에는 심장 질환이나 암을 유발하는 성분이 들어 있는데, 이를 GMO 기술로 제거한 것이 현재의 카놀라유다. 그리고 이 카놀라유는 국내 식용유 시장의 거의 절반을 점유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GMO가 무섭고 건강에 해를 끼칠 것 같다 느낀다면, GMO에 대해서만 반대하며 목소리를 높일 게 아니라, 당장 가까운 농약 및 살충제 제조사로 찾아가 발암성 물질 제조를 그만둘 것을 주장하길 바란다. 1급 및 2급 발암물질로 지정된 물질들이 여전히 원료로 멀쩡히 사용되고 있으니 말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eA5Fmf5LLrI

https://www.youtube.com/watch?v=m244zRtJcSA